난 두렵지 않아요-프란체스코 다다모
|
ㅇㅇ
p78~79,
무덤은 마당 밑에 파 놓은 낡은 물탱크였다. 철문 쪽으로 올라오는 축축하고 미끄러운 계단 위에 쇠로 된 맨홀 뚜껑이 덮여 있었다. 그 아래쪽에는 햇빛이 들지 않았다. 거기에 들어갔던 아이들이 그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세월이 만들어 놓은 구멍과 녹슬어 갈라진 틈으로 한두 줄기 햇살이 겨우 그 안으로 스며들어올 뿐이었다. 그 안에는 공기도 부족해서 숨이 막힌다고 했다.
"숨도 쉴 수 없었어."
몇 달 전 무덤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살만이 말했다.
살만은 아침에 달려가다가, 우리에게 줄 음료를 가져오던 여주인과 부딪혀 노란색과 파란색 꽃무늬가 들어간 법랑 주전자를 깨뜨린 벌로 그 안에 들어갔다.
"숨이 막혀서 미쳐 버릴 것 같았어. 공기가 부족해지면 누군가 내 목을 잡고 죄는 것 같거든. 게다가 그 안은 어두워. 어둠 속에 오래 있다 보면 형체들이 이상하게 보여. 색깔도 마찬가지야. 그렇다고 그런 게 무서움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아. 오히려 더 무섭기만 해. 나는 그런 어둠 속에 있다가 밖에 나와서 미친 사람을 알고 있어.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
p82~83,
"한여름에 무덤에서 나온 사람을 한 명 보았어." 카림이 어른같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사인이 그 아이를 닷새 동안 무덤에 가둬 두었지. 오래 전 일이야. 난 그 때 아직 어렸지. 그렇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나. 그 아이는 나보다 더 컸는데 어디서 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아. 귀가 한쪽 없었는데 분위기가 아주 험상궂었어. 들개 같았지. 우린 정말 그 애가 무서웠어."
"뭘 어떻게 했는데?" 우리가 물었다.
"일하려 하지 않았어. 그 애는 일하기를 거부했지. 그게 그 애가 한 일이야. 그래서 후사인이 채찍으로 때렸지. 온 몸을 한 군데도 빼지 않고 때렸어. 너희들이 봤어야 했는데. 그 아이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어. 정말 개하고 똑 같았다니까."
"그래서?"
"그래도 계속 일하기를 거부했지. 그래서 후사인이 그 애를 죽여 버리기로 작정하고 다시 채찍을 들고 다가갔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니? 그 애가 후사인을 물어 버린 거야. 후사인의 팔을 물고 놓지 않았지."
카림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정말 개하고 똑같았다니까."
"그래서 주인이 그 애를 무덤에 넣은 거니?"
"닷새 동안 가둬 두었지."
"그리고 나왔어?"
"그래 나오긴 나왔는데 꼭 죽은 것 같더라. 팔을 잡아 당겼더니 움직이기는 했어. 온몸이 완전히 더위로 익어 있었어. 살점도 떨어져 나갔고. 그 애는 일주일 동안 자기 요에 누워 앓았어. 우리가 젖은 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 놓아 주었지. 그 뒤 그 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 내 생각은 이래. 그렇게 되기 전에 일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어, 안 그래? 어쨌든 그 애는 더 이상 이전의 그 애가 아니었어. 여전히 개 같기는 했지만 항상 꼬리를 내리고 있는 그런 개였어."
p109~112,
...........뚱뚱하고 기름기가 흐르는 데다 검은 콧수염이 짙게 난 경찰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구겨지고 기름때가 낀 경찰복을 입고 있었고 배가 불룩 나와 있었지만 어쨌든 경찰인 것은 분명했다. 그 경찰 사이에 이크발이 서 있었다.
후사인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비비며 공손한 태도로 서 있었다. 주인여자는 후사인 옆에서 앞치마 자락을 비틀며 서 있었다.
나는 이크발이 손을 들어 한 손가락으로 작업장 쪽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경찰들은 아주 침착하게 마당을 가로 질러갔다. 그들은 물웅덩이를 피해 작업장으로 가서 그 안을 한번 살펴본 뒤 자기들끼리 뭐라고 의논을 했다. 그런 다음 후사인에게 몇 가지 물었다. 후사인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비굴한 태도였다. 가끔씩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듯 자기 아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중략.............
이제 후사인은 흥분해서 떠들며 크게 손짓을 했다. 경찰들은 짜증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한 경찰은 낡은 회중 시계를 흘깃 보았다. 후사인은 이크발의 한 손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크발은 버티려 애썼다. 후사인은 이크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척했다. 그는 여전히 경찰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크발을 자기 아내에게 맡기며 집안으로 데려가라는 시늉을 했다.
"싫어요!" 이크발이 울부짖었다. "싫어요!" 그리고 다시 뭐라고 말을 했는데 그 목소리가 요란한 천둥 소리에 뒤섞여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되었니?" 뒤에 있는 아이들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파티마?"
"모르겠어. 경찰들이 이크발을 다시 후사인에게 넘겨 주었어."
"대체 무슨 말이야. 경찰이 후사인을 체포하지 않았어?"
나는 이크발이 울부짖는 것과 여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가 이크발은 집안으로 사라졌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경찰들은 서둘러 떠나려고 했다. 내 등뒤에서 모두들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그런데 난 내 눈앞에서 믿기 어려운, 너무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후사인은 허리에 찬 띠에 손을 집어넣더니 커다란 돈 뭉치를 꺼냈다. 한 뭉치 돈을 세어서 한 경찰에게 주고 그것보다 조금 작은 뭉치의 돈을 세서 또 다른 경찰에게 주었다. 경찰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염을 쓰다듬고 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비를 맞으며 떠났다.
그 어두운 계단에서 우리는 모두 말을 잃고 있었다. 주인집에서는 이크발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