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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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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국내도서
저자 :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 이세욱역
출판 : 열린책들 200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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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0.

...........<패러디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진짜로 쓸 것을 미리 쓰는 것이다. 패러디의 사명은 그런 것이다. 패러디는 과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제대로 된 패러디는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웃거나 낯을 붉히지 않고 태연하고 단호하고 진지하게 행할 것을 미리 보여 줄 뿐이다.




P21.

........'이놈의 나라엔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우리는 서로 질세라 앞다투어 그렇게 뇌까린다. 그러다가 자학적인 기질이 발동하면 외국은 모든 점에서 우리보다 낫다고 덧붙이기 일쑤다. 더러는 그런 푸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합리적인 양식이 인종과 국적과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골고루 나누어 가진 자질이듯이, 무능력 - 또는 어리석음 - 도 인류의 천부적인 특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P77.

........아닌 게 아니라 세상에 태어난 것이 조금씩 후회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다시 면허국으로 가서 며칠을 보낸 끝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받은 서류는 식사 전에 아페리티프와 함께 먹는 비스킷에 지나지 않으며 당장 운전을 할 수 있으려면 다른 문서가 필요하다. 면허증을 분실하고 나서 관계 당국으로부터 내가 예전에 정말 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음을 확인받고, 새 면허증을 발급받기 전까지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음을 명시한 문서 말이다.


그런데 내가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네덜란드 경찰이 알고 이탈리아 경찰이 안다. 면허국이 역시 알고 있음에도, 그 점에 관해 분명히 말하기를 거부하면서 뜸을 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대상이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좋다. 어떤 문제를 놓고 아무리 곰곰이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현재 그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이상을 결코 알아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