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나 증권사에서 나오는 책은 약간 주식시장을 낙관론적으로 바라보고 여러 명이 쓰기에 책이 산만한 감이 있어서 기대를 안하고 보는 편이지만... 이 책은 나름 각각의 테마를 잘 버물린 그런 맛이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테마만 따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책.
책 중 -
머릿글 2~3p
.............우리는 MIT 대학의 레스터 C. 서로 교수가 '부의 지배'에서 "돈을 모아 거부가 된 사람은 없다. 진정한 부자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매우 불균형한 상황에 투자한다. 정성스레 돈을 모으고 안정된 상황에만 투자하는 사람은 결코 큰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도 "나는 한 번도 투자를 한 적이 없는 가난한 사람을 많이 보았다. 미국인들의 90% 이상은 잃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고생하는데 그들은 CD, 저수익 채권, 안전한 뮤추얼펀드를 산다. 안전하고 지각 있는 포트폴리오다. 그러나 이런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는 부자들의 게임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우 지각 있는 말이다.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으면 목돈을 벌 생각도 말란 말씀이다. 이들의 웅변에도 불구하고 본 책자는 큰돈을 버는 방식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잃지 않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도록 가이드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18~19p
.........2003년 초 종합주가지수가 520 선에서 600 선까지 고작 15%쯤 오른 사이 수익률 100%가 넘는 종목이 무려 60여 개나 쏟아졌다. 이것은 로또가 아닌 현실이다. 활률 0%의 요행이 아니다. 투자지능만 높으면 당신의 손에 닿을 확률이 50% 이상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현실게임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 도곡동 아파트 값이 폭등했다고 정부에서 투기 대책을 내놓고 관련 부처 장관의 자리가 위태로웠는데도 100%나 폭등한 아파트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NHN을 비롯한 새로운 닷컴주들은 6개월 새 무려 200%나 껑충 뛰었다. 주식시장에서 혁명(?)은 늘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맹자는 "늘 재산이 없는 사람은 마음이 없다"고 했으며, 에밀 졸라는 "왜 돈에다 모든 오명을 뒤집어씌우는가"라고 했다. 한평생 빚에 쫓기랴, 원고 팔아먹으랴 불쌍한 삶을 산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은 모든 불평등을 평등하게 만든다"고 했다. '돈이야말로 신사'라는 스페인 속담과도 비슷한 뜻이다. 저명한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돈을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의로움을 가장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5%. 손 안에 쥐기 쉽지 않은 확률이다. 입사시험으로 치면 19명을 물리쳐야 하는 20대 1의 경쟁률이기 때문이다. 일단 주식 투자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 중 성공하는 이들은 대개 5%밖에 안 된다. 좀더 후하게 쳐도 10% 정도다. 한두 달을 기준으로 하면 새로 투자한 사람들의 50% 혹은 그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간을 1년으로 잡으면 아마추어 투자자의 수익률은 대개 플러스가 아니다. 특히 약세장이 도래하면 90~95%가 결국 손해를 보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지능으로 무장한다면 5%는 로또 대박 터뜨리기보다 41만 배나 높은 확률임을 잊지 말자. 주시 투자 성공 확률이 10%라면 로또보다 82만 배나 확률이 높다. 당신은 어디에 돈을 넣겠는가.
51~53p
.............그러나 주식을 살 때는 어떤가. 많은 투자자들이 너무나 쉽게 투자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주식을 고를 때보다 전자레인지를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당신은 솔깃한 이야기를 들으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일단 주식을 산 다음 기도하는 심정으로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유형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결코 주식 투자에 성골할 수 없다. 상승장세에서라면 요행히 얼마간 차익을 남길 수 있어도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주식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우량주는 없다. 큰 승부는 위험성이 높은 주식에서 나오지만, 그 위험은 주식 자체보다는 투자자에게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때때로 주식은 가장 위험할 때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는 이 책 뒤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엉겁결에 덥석 주식을 사지 말고 나름대로 세심하게 따져본 다음 확신을 갖고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최대의 마젤란펀드를 이끈 피터 린치는 주식을 사기 전에 2분간 독백하기를 좋아했다. '내가 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기업이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은 무엇인가,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는 미국에서 급성장하는 모텔 체인 '라퀸타' 주식을 사서 원금의 15배나 챙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이 주식을 사기 전 2분간의 독백에서 마지막으로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퀸타는 텍사스 주에서 시작한 모텔 체인으로 그곳에서 매우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는 아칸소와 루이지애나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모텔 수를 20%나 늘렸고 매분기 수익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성장 전략을 취할 것이다. 차입금이 지나치게 많지 않아 자금 조달에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모텔업은 저성장 산업인데다 경쟁도 매우 치열하지만, 라퀸타는 아직 수요가 많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당신이 거대한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식을 사기 전에 그 회사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경영 실적과 재무 상태, 주가 움직임을 따져보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아파트를 고를 수 있듯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좋은 주식을 고를 수 있다.
증권사 주식 거래 중개인을 찾아가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경제신문과 인터넷에서 유익한 정보를 건질 수도 있다. 투자하려는 기업에 전화를 걸어볼 수도 있고, 그 회사를 직접 방문하는 적극성이 있다면 더 좋다.
회사의 재무 상태와 경영 실적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구해 그 회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외형에 비해 수익성은 얼마나 되는지, 현금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 부채는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저 '이 주식이 곧 뜰거야'라는 속삭임만 듣고 덥석 사고 보는 '묻지 마 투자자'는 되지 말자.
55p
................수요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나 수익 비용에 관한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이 시장과 주가를 이해하는 데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런 지식을 얻기 위해 당장 밤새워 교과서를 독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은 꾸준히 신문을 읽고 경제와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똑같은 경제신문을 읽고 똑같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다는 데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 자칫 투자자들이 잘못된 집단적 사고에 함몰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간파한 피터 린치는 "이제 전문가의 말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극단적인 표현을 썼지만 무조건 전문가의 말만 믿고 추종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말이다.
린치는 "당신이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면 최신 기밀 정보와 루머, 증권사 영업 담당자와 갖가지 투자 정보지의 관심 종목 추천을 일단 무시해야 한다"며 "당신이 조금만 신경 쓰면 직장에서나 동네 쇼핑몰에서도 월가 전문가들보다 훨씬 앞서 굉장한 종목을 골라 가질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름난 펀드매니저를 무조건 따라 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그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은 대부분 모험이 따르는 종목을 피할 궁리만 하는 이들이다. 월가에 'IBM에 투자해서 고객의 돈을 잃는다고 직장을 잃지는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긴 것도 펀드매니저들의 무사 안일주의와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린치는 "내가 사려는 주식은 전통적인 펀드매니저들이 무시하고 지나쳐버리는 바로 그 주식"이라고 말했다.
59p
...........종목 선택을 중시하는 대가들은 장세가 좋고 나쁨을 묻지 말라고 주문한다. 피터 린치는 "장세 자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종목 선정에는 소홀히 할 바에는 차라리 도박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워런 버핏은 "주가를 예측하는 일은 점쟁이만 치켜세워줄 뿐"이라며, "회사가 마음에 쏜 든다면 시황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회사를 보고 결정하지, 거시 지표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자자들은 경기가 V자형 회복보다는 더블딥이나 멀티딥으로 간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들으며 무조건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물어야 하는 것은 경기 사이클이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투자한 혹은 투자할)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길까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213~215p
..............작전주를 피해가거나 오히려 올라타기 위해서는 주가 조작의 유형을 알아둬야 한다. 증권거래법 제188조 4항에서는 시세 조종을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법에서 말하는 시세 조종은 주가 조작과 같은 의미다. 감독 당국이 규정하는 시세 조종은 방법에 따라 위장 거래에 의한 시세 조종, 현실 거래에 의한 시세 조종, 허위 표시에 의한 시세 조종으로 나뉜다.
-위장 거래에 의한 시세 조종
다른 사람들이 주식 등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오해하게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할 목적으로 주식을 매매 혹은 주식 등의 매매를 위탁, 수탁하는 행위를 말한다. 수법에는 통정 매매(matched orders)와 가장 매매(wash sales)가 있다.
통정 매매는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보면 된다. A라는 세력과 B라는 세력이 손을 잡고 A가 얼마에 주문을 내면 그것을 B가 받고, 다시 B가 A에게 넘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개인 투자자들이 따라붙으면 이를 털어버리고 '선수'들은 빠져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매매는 주식을 팔고 살 의사가 없이 동일인이 같은 시기, 같은 가격으로 행하는 매매 행위를 의미한다. 작전 세력들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해당 종목의 거래가 매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아 거래가 많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이 방법을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하고 있다.
-현실 거래에 의한 시세 조종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본인 혹은 타인 명의로 된 여러 개의 계좌를 이용하거나 타인과 공모해 주식 등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오인하게 하는 것. 주가를 상승 혹은 하락하게 하는 주식 매매나 위탁, 수탁하는 행위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법이 종가 관여다. 장 종료시나 장 종료 가까이에 종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집중적으로 매수에 관여하는 행위다.
-허위 표시에 의한 시세 조종
일반 투자자들의 매매를 유인하기 위해 주식 등의 시세를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이 조작하고 있다는 말을 유포하거나 유가증권의 매매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에 대해 고의로 허위의 사실을 퍼뜨리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비자는 "용도 비바람과 안개가 있어야 재주를 피운다. 비, 안개가 없다면 지렁이에게도 망신을 당하는 수가 있다"고 했다. 작전꾼들은 안개, 구름 등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시세 조종 세력들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바람잡이(정보꾼)'를 풀어 증권가에 소문을 퍼뜨린다. 작전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매입을 하면 주가가 상승해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귀뜸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실제 증권사 직원이 '왕대박주'라는 표현으로 투자자들에게 작전 종목을 매수할 것을 권유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다. 작전이 행해진다는 소문이나 내부 정보를 알고 고객에게 주식을 매입하라고 권유하는 행위도 위법이며, 거래에 동참한 투자자 역시 공범이나 방조범이 될 수 있다.
229~230p
"어떤 면에서 금융가의 투쟁은 전쟁보다 더 격렬하고 무자비하다. 전쟁에서는 적어도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는 알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에서 수많은 주가 조작 사건을 처리한 변호사 윙켈만의 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아군과 적군을 가늠하기 힘들다. 기관 투자자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정보망을 이용해 어떤 종목에 세력이 개입했는지 판별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작전 세력이 주도하는 주가 뻥튀기의 희생양은 개인 투자자들이 돼왔다.
작전주는 급격한 주가의 변동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종목이다. 공시나 회사측에 주요 이슈들을 체크해봐도 주가가 올라갈 까닭이 없다면 일단 작전 세력이 붙은 것으로 보면 된다.
작전 종목들은 대부분 거래량 상승을 동반한다. 평소 10만 주 정도 거래되던 것이 100만 주로 10배나 늘었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또 매수 잔량과 매도 잔량을 관찰해봤을 때 수요 공급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주가 움직임을 보인다면 요주의 종목이다. 매수 잔량이 매도 잔량보다 많다면 당연히 주가가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상식선을 벗어나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일부 세력들이 물량을 조절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245~246p
.............외국인도 오판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종목은 항상 미인주일 것이라고 믿으면 오산이다. 2003년 분식 회계 문제로 주가가 수직 하락한 SK글로벌도 분식 회계 적발 당시 외국인 지분율은 34%에 이르렀다. 예외 없는 규정이 없듯이 이들의 투자 분석 기준에도 오판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등록한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 개인의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0.3%, 매매 금액 비중으로 0.7%에 불과하지만 등록 투자자 숫자로는 35.6%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외국에 법인이나 계좌를 만들어두고 외국인 행세를 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뒤섞여 있다.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투자하는 주식은 미인주"라는 통념에 사로잡힌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한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처럼 가장해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하고는 매물을 쏟아내는 전략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다 보면 그중에는 곰보를 좋아하는 이색 취향의 사람들도 섞여 있게 마련이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다우의 개들(Dogs of DOW)' 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투자 전략도 있다 직전 연도에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들이 이듬해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다는 법칙을 믿는 투자 전략이다. 그리고 이런 투자 전략에 따라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종목들만 사들이는 펀드들도 있고,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도 언제든 준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CEO의 비전, 기업 실적, 경기 변동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할 것이라는 가정은 큰 그림에서는 맞아떨어지더라도 개별 사안에서는 언제든 빗나갈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275~277p
..........고릴라 게임이란 게 있다. 고릴라는 수익률 불패 신화를 이어갈 만한 고성장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수백 개의 첨단기술 회사 주가를 관리하는 제프리 무어 캐즘 그룹 회장은 이런 회사를 찾아내 장기 보유하면 초기 투자금의 몇백 배를 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다지를 건지는 투자 기법이 바로 고릴라 게임이다.
고릴라의 조건은 언뜻 보면 단순하다. 우선 종전에 없던 혁신적 첨단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이른바 불연속적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코스닥에 이런 회사는 너무나 많다. 하루에도 몇 건씩 공시되는 특허 취득 사례에서 신기술을 개발한 회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를 클릭하는 수고만 하면 신기술이 있는 회사가 한눈에 뜬다. 하지만 이 기술이 바로 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특허가 난 기술이라고 해서 시장성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고릴라의 둘째 조건이 나온다. 진입 장벽을 갖추고 있는 회사라야 한다는 것이다. 셋톱박스나 보안업계는 신규 회사가 들어서기엔 부담이 큰 분야다. 이 때문에 처음엔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00~2001년 대박 종목으로 꼽힌 휴맥스, 안철수연구소, 엔씨소프트를 보자. 이들 회사는 당시 경쟁 상대가 없었다. 기술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 보였다. 이에 따라 다른 회사가 시장에 들어오려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통설이었다.
통설은 1년 만에 깨졌다. 경쟁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독점 권력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진정한 독점권을 갖는 것이 고릴라의 셋째 조건이다. 업계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업계 표준이란 독점 기술(혹은 제품)이 일반화한 것. 이 기술을 쓰지 않고선 생산 단계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슷한 유형의 다른 기술로는 도저히 대체하지 못하는 수준의 기술이라야 한다.
이런 업계 표준을 갖춘 코스닥 기업이 있을까. 다음, NHN, 네오위즈, 옥션 등 이른바 인터넷 4인방으로 불리는 기업들은 이미 독점적인 기술을 갖고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을 만들어둔 상태다. 지난 99년부터 3년간 인터넷 광풍이 코스닥 시장을 휩쓸고 간 뒤에도 살아남은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업체들은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중심부에서 호도니 시련을 겪은 뒤 재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업계 표준이 형성된 단계는 아니다. 인터넷의 수익 모델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털, 게임, 상거래 등이 수익 모델이긴 하지만 특정 모델만 고집하는 업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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