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기관투자자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다! 그들이 만들어 파는 상품이 회사입장에서 수익률만 좋다면 다른 펀드매니저가 편입하지 않은 종목을 편입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매매(초단타 매매처럼)를 하더라도 통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요리가 아니라 손님들을 많이 끌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수익률이 좋은 펀드매니저가 있다면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고객들은 열광하고 쌈짓돈까지 끌어다가 맡기는 상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회사의 메인 상품의 위치를 차지하고 재테크에 목마른 수많은 투자자들 유인할 때 사용되고 그들이 투자한 돈에서 받는 수수료는 회사의 수익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가 개성(?)있는 독특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매매를 해도 회사 입장에서는 크게 통제를 하지 않고 놔둘 수 있다.
하지만 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수익률이 다른 펀드매니저들보다 낮다면 독특한 포트폴리오나 규정에 어긋나는 매매는 해고내지 징계의 사유가 된다. 그들은 고객에게 처음에 판매를 할 때는 전문가들이 운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실이 발생하면 고객에게 변명거리를 대야 하는데 그것은 규정을 위반한 펀드매니저를 탓한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군집현상이 생겨난다. 자신만 이 종목에 투자한 것이 아니고 다른 전문가들도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제 다 같이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전문가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시장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이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고 하며 고객들을 이해 시킨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진정한 시장의 프로투자자들이고 전문가라면 부끄러운 구차한 변명이다.
애널리스트들과 같은 다른 전문가들도 시장이나 종목을 분석함에 있어서 펀드매니저들과 같은 군집현상이 발생한다.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르게 독특하여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전망이 맞지 않은 경우 맞게 될 총알세례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그들의 전망도 동조화 되는 경향이 있다. 혹은 비판적 매도의견을 낼 경우, 해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갖은 비난이나 심지어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나 투자자들이 미성숙하여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자신의 소신을 밝혀서 주목을 받아서 피곤한 것 보다는 전망이 안 맞더라도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묻어가자’라는 생각이 만연하게 된다. 증권회사 차원에서도 다른 증권사들과 반대로 혼자만 튀는 의견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 그만큼 고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회사입장에서 나름 용기 있는 행동을 했는데 만약 그것이 맞지 않았을 때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어 발생하는 타격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어차피 주식투자는 동전던지기와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감내하기 보다는 나중에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찾아서 투자자들을 속이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
주식시장은 공식에 대입하면 정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문제가 아니다. 언제나 확률은 반반이지만 그들의 예상과 분석을 어긋나는 돌발적인 상황이 수 없이 발생하고 시장은 요동친다. 그들 또한 신이 아닌 사람이기에 개인투자자들처럼 그들의 예상이 정확하게 맞는 경우보다는 안 맞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틀리더라도 혼자만 틀리기보다는 함께 틀림으로써 면책(?)을 받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전문가들은 경험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무서움(?)으로 인하여 더욱 뭉쳐서 군집을 형성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투자로 월급+보너스만큼의 돈을 벌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피터 린치, 존 로스 차일드 공저, 권성희 역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 Beating the Street>> 흐름출판 (2008) 189p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