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시 유출 사건

거래소 공시 유출 사건

증권사의 임직원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누가 재수 없게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과는 달리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규제와 감시를 당한다. 하지만 이들이 차명 계좌를 이용해 거래를 하다가 걸려도 그들이 거둔 수익에 비해 미미한 과태료나 징계를 받을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내부 정보와 고급 정보를 다루는 이들을 감시하고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식시장에는 감독기관이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공정한 거래를 하도록 감시하고 지켜야 할 거래소의 직원이 공시내용이 발표되기 전에 내용을 유출하고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매매를 한 웃지 못 할 사건이 밝혀졌다. 이건 뭐 축구시합을 하는데 공정하게 심판을 보고 선수를 보호해야 할 심판이 골맛이 보고 싶어서 선수가 되어 직접 골을 넣고 세레모니를 하는 꼴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공공기관 중에서 최고의 연봉을 받는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맡기고 플레이를 해야 했다. 과연 이런 고양이들을 믿고 우리는 주식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운운하며 테마주나 작전주를 욕할 수 있겠는가? 

유출한 직원은 자살을 하였지만 그동안 공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고 투자자들은 얼마나 순진했는 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코스닥 시장 운영팀 소속 지원 이모(51)씨는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해당 종목을 직접 거래하고 대학 동기인 ○○증권사의 대학동기에게 알려주어 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공시를 접수한 뒤 실제 공시를 하기까지 생기는 10분간의 시차를 이용했다.

공시 자료가 거래소 전산망에 접수되면 공시업무팀 직원들이 규정 준수 여부를 검토한 뒤 부서장이 결재한다. 공시업무팀 20여명 외에 시장운영팀 5명도 이 정보를 미리 본다. 유상증자, 합병 등 중대한 사안일 경우 필요한 조치를 미리 해놓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통상 10분이 소요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거의 같다. 코스닥 시장운영팀 소속인 이씨는 미공개 공시 정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공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그건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증권거래위원회(SEC :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개별 기업의 공시 시스템에 자율적으로 기업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공시된다. 그래서 거래소 직원의 공시정보 유출에 대한 개입가능성을 원천차단 된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아무리 고액 연봉을 받는다하더라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월급을 올려주거나 결재에 걸리는 시간과 과정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이기보다는 아예 이들이 공시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과연 이제 투자자들은 거래소직원들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주목적을 한다는 것에 얼마나 믿음을 가질지 의문이다. 또한 이들이 어떻게 다시 신뢰를 되찾을지 의문이다. 

옛말에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의심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인데 이미 선수와 심판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뒤통수 맞은 다른 투자자들만이 바보가 된 체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