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은 현재
당신의 손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고 오늘을 기준으로 이 주식의 현재 가치나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렇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주식을 바라봐야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당신은 희망을 품고 특정 종목의 주식을 10,000원에 1,000주를 샀다. 한 달 뒤에 주가는 서서히 빠져서 손절가로 설정한 9,000원까지 다다랐다. 내일은 오르겠지 하는 설마 하는 마음에 의해 손절가를 놓쳤다. 그런데 오늘은 장시작 하자마자 급락해서 8,000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이 종목을 갖고 있지 않다면 사겠는가? 아니면 이제라도 더 손해 보기 전에 손절매를 해야 할까?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이런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팔지 못하고 주저할 뿐이다. 옆에서 누가 뭐라 그러더라도 매도와 보유에 대한 결정권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상황에 당신이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토끼 같은 아들이 8,100원에 다 팔아버렸다. 그런데 주가는 그사이 떨어져서 현재가 7,900원에 거래 중이다. 7,900원에 다시 살 수 있다!
다시 살 수 있는가? 왜 다시 사는가?
못 사겠는가? 왜 다시 못 사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지금 돈이 있는데 다시 사지 못 할 이유가 생겼는가? 어차피 똑같은 돈 아닌가? 수수료와 세금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왜 사람들은 8,000원에 팔지도 못하고 갖고 있었는데 실수로 아들이 팔아버리면 다시 사지 못하는 지에 관한 투자자들의 기본 심리를 행동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투자자를 떠나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심리 회계 장부를 가지고 있고 정상적인 보통 사람들은 그에 따라 비슷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일삼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와 시그널이 보여도 매도를 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면서 보유하던 투자자들이 상장 폐지를 맞이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 투자자들은 상장 폐지를 맞이할 때까지 손절매를 하지 않았을까? 왜 반 토막에서라도 팔지 않았을까?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그 투자자들이 왜 그런 멍청한 행동을 일삼았는지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고 투자자들을 욕한다. 하지만 욕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행동을 하게 되어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장부 상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더 큰 기대심리에 의해서 주가가 반등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이러한 장부 상의 손실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은 손실 회피 경향이 매우 강한 투자자들이고 이들에게는 원금에 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주식투자가 안 맞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상 장부 상의 손실이 실질 손실이 되어 버리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언제나 기대심리 속에서 주식투자를 계속한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장부 상의 손실 속에 숨어있는 기대심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냉정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장부 상의 손실이 실질 손실로 전환하여 손해를 보는 것을 감수하고 손절매하여 다른 종목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기회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다.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은 자신이 매수를 하는 명백한 이유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밑바탕으로 할 뿐이다. 워렌 버핏처럼 자신이 스스로 생각한 매수 이유가 종이 한 장을 채울 수 있을까? 최소한 매수하는 이유가 10가지도 안되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자신만의 매수 이유가 있고 그 결정에 따른 당신의 판단이 맞다면 물 타기를 하든지 아니면 손절매를 하든지 그것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이유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결정을 따른 것이라면 손절매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장기 보유한다는 것이 비록 안타깝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그것에 관한 것은 당신이 직접 판단하여 결정하였던 일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말을 잘 따르는 것 밖에 없다.
지금 10,000원이던 9,000원이던 8,000원이던 내년에 9~10만원이 될 것이라면 지금 당신이 손절매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한 고민은 내년에 10만원이 됐을 때 돌아본다면 별것도 아닌 한심한 추억이지 않겠는가?
주식투자를 떠나서 일상에서 과거에 당신이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사소한 일들을 떠올려 보자. 물론 후회와 아쉬움이 남들 일들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 때 왜 그런 한심한 고민을 했었던가하며 스스로 반문하는 일들도 많을 것이다.
주식을 10,000원에 샀다면 20,000원으로 올랐을 때는 너무 비싸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2,000원으로 떨어지면 싸졌다고 말하지만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몇 년 전이나 몇 달 전에 같은 주식을 2,000원에 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신과 전혀 다르게 바라볼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5,000원도 10,000원도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000원에 산 사람에게는 20,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너무 싸졌다고 할 것이다. 주식의 값이 싸든 비싸든 이것은 오직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기업의 과거 수치와 미래 전망을 보는 차이에서 발생할 뿐이다. 어떤 주식은 몇 천 퍼센트 올라도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있고, 반 토막이나 90% 떨어져서 싸게 거래되는 주식이라도 사지 말아야 할 게 있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달려 있다. 그 이유는 투자자 자신의 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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