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는 친구다
필자가 재미있게 읽은 주식 책 ‘겁쟁이를 위한 주식투자’에는 재미있고 놀라운 실화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다른 부분도 재미있게 표현된 부분이 많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한 번은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2005년 12월, 한 증권사의 신입사원이 도쿄증권거래소 마더스에 신규 상장된 제이콤의 주식을 61만 엔에 1주 매도하려다가 실수로 1엔에 61만주 매도 주문을 입력하고 말았다. 이 잘못된 주문 때문에 그 증권사는 약 400억 엔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반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한 남자가 있었으니 ‘제이콤남’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16분 만에 20억 엔이 넘는 이익을 거머쥐었다. 27세의 젊은 나이에다 백수였던 이 남성은 단번에 유명인이 되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부터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은 160만 엔을 밑천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현재 자산은 100억 엔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자산’이 투자총액인지 순이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100만 엔(실제는 160만 엔이었지만 편의상 100만 엔이라고 해보자)이 100억 엔이 되었다면 불과 5년 만에 돈이 1만 배 증가했다는 말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인가 생각해보면 매년 자산이 10배씩 증가해야만 100만 엔이 5년째에 100억 엔이 될 수 있다. 연이율 900%라는 믿기지 않는 운용 실적을 거둔 것이다. 은행의 예금 금리는 고작 연 0.001%인데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열이면 열 이렇게 반응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금융의 프로’라는 사람들은 서민들의 이 소박한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는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벙어리가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제이콤남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왜냐고? 아무도 5년 동안 자산을 1만 배로 불릴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까. 집 근처에 사는 초등학생이 “아저씨는 프로라면서 백수 아저씨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못 해요?”라고 물으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는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잡지의 기사에 따르면, 제이콤남은 대학생 때부터 주식 거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이른바 ‘주식 투자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PER이나 PBR 같은 전문 지식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매매하는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한다. 주가의 움직임을 보면서 바쁘게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윙기법에서 그러한 지식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위의 이야기에서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27세의 백수”다. 만약 제이콤남이 27세의 백수 아저씨가 아니라 증권사 직원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제이콤남은 잃을 것이 없기에 말도 안 되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160만 엔으로 시작한 게임이기에 무서울 것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가 주식투자를 통해서 번 돈 중에서 많은 돈을 잃어도 어차피 처음에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의 160만 엔보다는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언제나 다른 투자자들보다 두려움을 억누르고 자신감을 갖고 매매에 임했을 수 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초(超)하이리스크를 감내하는 용기 있는 베팅을 해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
만약에 그가 조금만 수익을 내거나 손해를 봐도 수천만~수억 원을 연봉을 받는 “금융의 프로”라는 증권사직원이었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실패하는 그 날로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리스크를 무릅쓸 필요도 없는데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어제 과음에 아직 술이 덜 깨서 판단이 흐려진 직원이나 세상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지 않아 막가는 직원이 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증권사직원들은 그런 가격변동을 보면 자신들이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에 절대로 사지 못 한다.
물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에는 가격변동의 폭이 ±15로 제한되어 있어서 하루 만에 저런 수익을 거두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제 2의 제이콤남과 같은 기계적 매매로 트레이딩을 하는 수많은 숨은 고수들이 있다. 또한 몇 백%이상의 수익을 노리고 테마주를 즐기며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의 99%도 개인투자자들이다. 혹시 증권사 직원들도 차명계좌를 이용해서 이 짜릿한 게임에 동참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의 투자자들은 시장수익률을 초월하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두며 한국의 제이콤남으로 태어나기 위해 테마주나 적전주 매매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 다치바나 아키라, 오시연 역 <<겁쟁이를 위한 주식투자>> 북스넛 (2012) 20~22p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