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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존 앨런 파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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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
국내도서
저자 : 존 앨런 파울로스 / 이상근역
출판 : 까치(까치글방) 200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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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상태를 예측한다는 것은 심리학을 초월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적 개념들이 요구 된다. 이러한 개념들 중의 하나로서 경제학자 로버트 오만이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상식"은 증시의 복잡성과 투명성이 중요함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개념이다. 한 집단의 모든 이들이 어떤 정보를 알고 있고, 그들은 다른 이들도 그 정보를 안다는 사실을 다른 구성원들도 잘 알고 있다면 그 정보는 그 집단 내에서는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은 "공동의 지식"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공동의 지식"은 집단의 일부 구성원들만이 특정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이고 또한 그들은 다른 구성원들만이 특정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이고 또한 그들은 다른 구성원들이 그 정보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p79~80,

............물론 엄청나게 많은 요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과 신념까지도 작용하는 증시에 비해서 블랙잭은 훨씬 더 간단하다. 그러나 기술적이거나 또는 그밖의 다양한 투자법칙들이 효과적임을 입증해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해서 효과적인 투자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증시의 움직임이 완전히 예측 불허로 변화무쌍한 것만은 아니라면 증시는 내부적으로 일종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기억력에 입각한 투자법칙들은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법칙들이 널리 알려졌을 때에도 계속해서 효과적일지는 매우 회의적이지만 그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만약 기술적 분석에 입각한 어떤 주식투자전략이 효과가 있다고 판명되었다면 그 전략에 대하여는 굳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마치 대부분의 블랙잭 참가자들이 원리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표준계산전략을 사용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된 투자전략을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블랙잭의 경우 알려고만 하면 표준계산전략 속에 엄청난 수학의 원칙이 담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효과적인 기술적 주식투자전략은 그것을 구사하는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그 전략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간단하게 적중할 수 있다. 플라톤의 동굴 우화에 등장하는 미개인들은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볼 뿐 자신들 뒤에서 그림자를 연출하는 실물을 보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투자전략들이 진정으로 효과가 있다면 투자자들은 그림자만으로도 만족해하면서 동굴을 그저 백화점의 특매장쯤으로 여길 것이다. 





p166~167,

........나는 월드콤의 회계부정이 2002년 6월에 처음으로 드러나기 오래 전부터 그 회사의 주식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던 터라 사건이 터지고 나서 주식이 거의 휴지 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월드콤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버니 에버스와 회사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장부 조작을 통해서 단돈 1달러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략 1,900억 달러-월드콤의 1999년 주가 64달러에 30억 주를 곱한 시장가치-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연기처럼 사라지게 만든 사기극을 연출 한 것이다. 비단 이런 이유뿐만 아니라 그밖의 많은 이유에서도 1990년대에 규모가 무려 수 조 달러에 달했던 증시의 호황과 규모 면에서 이와 견줄 만한 20000년대 초의 증시의 폭락은 모두 장거리 통신회사들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언급하는 숫자들이 하도 어마어마하게 크다보니 금융 문제를 따질 때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법칙을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10억 달러에서 몇 백만 달러를 더하거나 빼더라도 여전히 10억 달러인 것처럼 1조 달러에서 몇 십억 달러를 더하거나 빼더라도 여전히 1조 달러인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내가 희생자였던 것은 분명하나 그렇더라도 말하기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일차적인 가해자는 월드콤의 경영진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종목에 그토록 많은 돈을 투자한 것, 손절매에 나서지도 않았고 안전판과도 같은 풋옵션을 매입하지도 않았던 것, 그리고 마진만을 보고 투자한 것은 분명히 투자대상회사의 기본적인 항목들을 따져보지도 않고 덤벼든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본적인 항목들과 그밖의 경고 조짐들은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회계조작이라는 연막이 있더라도 분명히 눈에 보였을 것이다. 






p179~180,

...............풋옵션과 콜옵션을 매수하는 데 가장 큰 매력들 중의 하나는 당신이 입을 수 있는 손실은 옵션을 매수할 때 대가로 지불한 선으로 제한할 수 있으면서도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은 콜옵션의 경우에는 무제한적이고 풋옵션의 경우에도 상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아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막대한 이익만큼이나 엄청난 판타지-수많은 투자자들은 "인텔 주식의 행사가격을 30달러로 정해놓고 옵션을 사는 비용은 약 1달러에 지나지 않으므로 ㄴ만약 내년 주가가 45달러로 뛴다면 나는 투자액의 15배에 달하는 이익을 취할 수 있고, 만약 65달러가 된다면 35배의 이익이라는 대박을 터뜨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를 투자자들에게 심어주는 것 같다. 일부 투기자들이 스톡옵션에 대하여 느끼는 매력은 가히 요즈음의 로또 열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복권은 바보들(또는 적어도 수학에 무지한 사람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라고 빈정댄 볼테르의 말에 찬동하면서 종종 인용하곤 했던 내 자신도 이제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월드콤 주식의 콜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했다. 사실 그 주식에 매달리고 있던 지난 2년간 나는 2003년 1월에 월드콤 주식의 콜옵션 수천 개를 15달러에 샀다. 당시에 나는 월드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2003년까지는 회사가 정상을 되찾을 것이므로 그런 과정에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월드콤 주식도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앞에서 인용했던 못생긴 물리학자라고 불러도 좋다. 


물론 풋옵션과 콜옵션을 거래하는 증시 선물시장이 있고 그것들을 사는 사람들과 파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스톡옵션 거래 결과가 매수자의 기대와는 달리 매도자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역전되더라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인텔 주식의 콜옵션을 1년 만기의 행사가격 30달러에 매도한다면 인텔의 주가가 30달러 넘게 오르지 않는 한 당신은 옵션 매도에 따른 수익금을 차지하게 되고 지불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만약 주가가 예를 들어 35달러로 뛴다면 당신은 콜옵션 매수자에게 인텔 주식을 30달러의 가격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콜옵션을 매도하는 것은 이처럼 주가가 일정 기간 동안 소폭으로만 떨어지거나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도박이다. 마찬가지로 풋옵션을 매도하는 것도 주가가 소폭으로만 오르거나 떨어져 기대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도박인 것이다.


일반적인 투자전략의 하나로서 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함과 동시에 그 주식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당신이 주당 25달러에 인텔의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그 주식에 대하여 6개월 만기의 콜옵션을 행사가격 30달러에 매도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만약 인텔의 주가 상승폭이 미미하여 30달러가 못 되더라도 당신은 콜 옵션 매도에 따른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만약 주가가 30달러를 크게 초과한다면 당신은 25달러에 매수했던 주식을 아쉽지만 시가에 크게 못 미치는 30달러라는 싼 가격으로 매도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콜옵션 매도는 주가 변동에 따르는 상당한 위험을 제한해주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보호받는" 콜옵션(당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당신이 매도했던 콜옵션의 매수자에게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넘겨주기 위하여 높은 가격으로 그 주식을 매수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보호받는"이라는 용어를 쓴다)은 헤지 펀드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위험은 극소화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여러 가지 보호막 중의 하나이다.


좀더 일반적으로 설명하자면 당신은 기초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한 후 다양한 만기일과 행사가격 조건이 결합된 콜옵션과 풋옵션을 적절히 조합시킴으로써 아주 다양하고 잠재적인 손익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조합을 두 다리를 벌리고 선다는 의미의 "양건거래", "질식시키기", "콘도르", "나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제아무리 별난 동물의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이런 것들은 모든 보험증권과 마찬가지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금융에서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 바로 "풋옵션이나 콜옵션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다. 만약 당신의 집을 보험에 가입한다면 보험료는 집의 교체비, 계약기간, 공제조건 등의 결정요인에 따라 산정될 것이다. 주식의 옵션 거래에는 이러한 결정요인 외에도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관계된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다. 






p268~270,

.................일반적으로 신문의 1면과 첫 섹션에 실리는 첫번째 뉴스메이커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대통령이다. 그밖의 거물 뉴스메이커들로는 대통령 후보들, 국회의원들, 그밖의 연방정부 관리들이 있다. 


20년 전에 허버트 갠스는 새로운 결정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의 텔레비전 네트워크 뉴스에서 다루는 국내 뉴스거리의 80퍼센트는 이러한 네 부류에 속하는 인사들에 관한 것이며 나머지 20퍼센트 정도만이 미국 국민 2억 8,000만 명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뉴스거리의 10퍼센트 미만만이 절취사건, 괴짜들 또는 각종 제도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 이후에도 (재난 이야기, 여론 조작을 위한 재판, 테러리스트에 대한 강박관념이 주류를 이루는 케이블 네트워크를 제외하고는)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신문들은 일반적으로 보다 폭넓은 기사를 다루고 있으나 연구결과에 따르면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의 1면에 실리는 국가적 기사들의 정보원천의 거의 50퍼센트가 미국 정부의 관리들이었다고 한다. 신문보다 더 폭넓은 범위의 뉴스를 자랑하는 인터넷마저도 위계질서와 관심 집중화 현상이 점점 강해지는 뚜렷한 징후를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부문의 보도는 어떤가? 해외 뉴스메이커들을 보도하는 빈도도 위와 똑같은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국가 원수들, 야당이나 반군의 지도자들, 그리고 때때로 그밖의 유명인사들에 관한 뉴스를 듣는다. 일반 대중은 도대체 존재하지도 않는 듯하다. 한 명의 미국인은 열 명의 영국인과 맞먹고, 이들은 1,000명의 칠레인과 맞먹으며, 이들은 다시 1만 명의 르완다인과 맞먹는다는 언론계의 경험법칙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것은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누구나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더 세계의 일부 지역에 관하여는 훨씬 덜 신경을 쓴다. 미국에서는 발리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까지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다루어지며 많은 지역에는 특파원마저 나가있지 않으므로 그런 지역이 효과적으로 보도될 기회는 거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복잡한 사회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각종 불균형들이 현재와 같이 존속해야 함을 의미하거나 또는 그것들이 언제나 환영받아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주식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동성이라는 큰 파도는 앞으로 다가올 보다 커다란 사회적 불균형을 예고하는 선행 지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